004


내게 모든걸 마무리 짓는 2개월의 시간이 생긴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곰곰히 생각하고 있다


스스로에게 가장 이기적인 방법, 고통에서 해방되는 그 방법이 있다면 기꺼이 그것을 행하고자 생각하고 있다.


난 컴퓨터가 좋았다


단순했고 입력하는 대로 출력만 되면 되었다


복잡한 부분도 결국은 입력하는 대로 출력되었으니까. 실력의 높낮이의 차이이지 프로세스는 단순하다


근데 참 사람 사는건 그렇지 않은것 같다


모두의 운영체제는 별개이고 반응하는 프로그램도 반응하지 않는 프로그램도 악성코드를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나는


내 고유의 운영체제를 포기했다


꽤나 오래 전 일이었던 것 같은데 언제인지는 명확하지 않은, 하지만 실제로 포기한 느낌 혹은 감정의 잔여물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나는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부정하고 싶었다


내가 세상에 나온건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고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사는 모습은 내가 선택해서 사는 삶이 되버렸다


별나다


단 한번도 원치 않았던 걸 내가 선택하고 있었으니


난 가장 중요한 시기에 내 운영체제를 내 하드디스크에 설치하는걸 포기했고


그리고 나이만 잔뜩 먹었다


주위에서 말한다


넌 이런거 잘못했어, 그렇게 하는건 아니지, 네 나이가 몇살인데 아직까지 그러니


비난을 받을 때


나는 늘 내가 잘못했구나 그냥 수긍했다


다시 생각하면 단순한 상대방의 히스테리임에도 불구하고


난 그냥 그 비난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이 없었다


성장과정에서 빠졌고, 후천적으로 발달시키지 못했다


그건 내 탓이다


지금 현재에 내가 가지고 있는 이것들은 나의 문제이다


내가 선택해서 내가 받은거고 내가 만든 상황이고 이 감정조차 내가 나를 괴롭히는 지옥이 된다


글쎄다


누군가 지금의 나를 보면 손가락질 하겠지


하지만 10대 일때, 그보다 어릴때의 나의 모습에조차 손가락질 하지는 못할거란걸 안다


그때는 이유가 충분했으니까


지금은 아닐 뿐이고


나는 질투심 강하고 소유욕도 강한 내 어린날로 퇴행해버렸다가


퇴행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한 번 괴로워한다


어린 욕심많은 나를 받아주는 현실은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류 라는 작가를 아는가?


그 작가의 작품 중 '2Days 4Girls'라는 책이 있다


누군가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책인데 아마 보여줬다간 욕만 먹겠지 (선생님이라는걸 아시려나 모르겠다)


정신이 망가진 여자를 양도받아 케어시켜주는 소설이다


지루할지 모르니 부제를 알려주자면 '이틀동안 4명의 여자와 섹스하는 방법' 이다


미유키라는 여자와 나는 어딘가 비슷한 것 같다


나는 나를 구원해줄 사람을 간절히 원했다


눈뜨면 시작되는 이 지옥에서 구원해줄 사람을


그래서 스스로를 창녀로도 만들고 nerd로도 만들고 엄마로도 만들고 아무것도 아닌걸로도 만들었다


미유키는 구원자를 찾았다


그런데 나는 찾지 못했다


아니 찾을 수 없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니까


9살때부터 하루에 책을 5권씩 읽었다


나는 책으로 현실 도피를 하는 망상장애 환자에 애정결핍과 우울증을 동시에 앓고 있다


선생님은 내가 경계선 성격장애 내향형이라고 했다


맞다


수도 없이 많은 자아가 나를 괴롭힌다


도덕적인 나는 남자와 잠자리를 가져도 넌 버림받을거라고 한다 


그러면서 수치심과 여자로서의 자괴감을 동시에 준다


창녀인 나는 어차피 이혼당하고 버린 몸 그 남자와 자도 상관없다고 한다


어차피 또 버려질테고 그게 내 삶이라고 한다


어릴때의 나는 그 관심과 사랑 모두 내것이라고 화를 내고 잠자리 후 우리 관계를 그 사람이 정의해주길 바란다


나는 도대체 뭔가 싶다


이런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끊임없이 글을 써재낀다고 뭐가 달라질까


결국 난 모니터 앞에서 소주나 까는 nerd일 뿐이고


지금 이 눈물조차 가짜 눈물일거다


내 감정에 솔직해지지 못한다


나는 솔직해 질수 없는 사람이다


이미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날 속여오며 살고있다


감정에 솔직해져야 한다는 방법조차 모른다


왜 항간에 그런것 있지않나? 


힘들어 / 아 그래 힘들구나 힘내 기운내


간단한 대화로 하면 이런 것


힘내는 방법이 뭘까? 어떻게 하면 기운이 나고 희망차질까?


난 미유키처럼 내 장례식에 와서 울어줄 사람은 상상했지만 내 내일이 희망쳐질만한 상상은 하지 못한다


이런 사고방식이 내가 무언가를 결정하는데 아주 큰 도움을 줬다


나는 오늘 행동했다


그리고 두달간의 시간을 내게 주었다


오늘부터 나는 가려내야 한다


장례식에 와서 울어줄 사람이 누구인지


나의 소중한 친구 단 한명과


선생님이 꼭 와줬으면 좋겠다


선생님은 내가 나아질거라고 얘기했는데 나는 구제불능이다


우을증 약을 먹고 신경안정제 약을 먹고 밤에 자는 약을 먹고


나는 약쟁이다 약중독자인거 같다


그리고 약에도 제대로 의지 못하는 나는 그냥 의지박약이다


그런 내가 하나의 과제를 해냈다


내가 정해놓은 그 날짜에 나를 쉬게 해줄 수 있는 장치를 구입했다


나는 왜 모던패밀리 같은 가족 속에서 못태어났을까


가난해도 그런 행복한 집은 있을 것이다


존중받는 그런 집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집에서 태어나지 못했다


빅뱅이론 이란 시트콤에서 나는 쉘든을 굉장히 좋아한다


타인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본인의 지식과 상식 선에서 모든걸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한다


부럽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천재라기 보다는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길 원했던 것 같다


도대체 그럼 나는 뭘 원하는걸까?


쉘든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구중 몇가지를 불필요한 것으로 정의해 버린 사람이고


모던패밀리속 사람들은 본인 감정과 행복을 추구하는 목적을 명확히 가지고 있다


그럼 나는 불필요한걸 가려내는 사람이 되고싶은걸까? 내 욕구까지 버려가면서?


아니면 나는 모든걸 모두가 충족 가능한 감정으로 채워넣고 싶었던 걸까?


나는 내가 원하는게 뭔지도 모르는 바보다


원하는걸 어떻게 찾는지도 모른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법도 강의를 통해서 배워야 하고


나를 들여다볼때면 괴로워서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망할놈의 어지럼증과 함께 암흑속을 헤맨다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면 그 사람이 연쇄살인범이라 할지라도 나는 아마 연애할거다


이런 나는


존재하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클레망소의 명언이 눈에 띈다


'그것'은 자신을 마음대로 처분하는 능력이고, 존재하길 원치 않았던 자가 지니는 개인성의 가장 높은 표현이라고.


나는 드디어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것을 찾아냈다


14세일때 했어야 한걸 지금에서야 한다


그때는 할 수 있는건 했지만 할 수 없는게 더 컸다


의지박약 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내 의지는 약하다


그러나 반대쪽의 의지보다 이쪽의 의지가 더 강하다는건 느낄 수 있다


오늘부터


그날에 올 사람들을 세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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